봄에는 벚꽃이, 가을에는 단풍과 은행이 아름다운 도시라 사진을 찍으러 자주 갔던 곳, 경주.
늘 아름다운 계절에만 찾았던 경주를, 꽃도 단풍도 없는 삭막한 계절에 가 보았다. 목적지는 경주 카페 오슬로. 사실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오기에는 불편할 것 같다. 네비에서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시골길과 작은 마을을 만날 수 있는데, 그곳에 오슬로가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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흡사 식물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. 그리고 따사로운 햇빛이 좋다. 경주 카페 오슬로의 가장 큰 장점은 채광이라고 생각한다. 두 벽면이 커다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햇살 좋은 날에 가면 볕이 너무 좋다. 나는 삭막한 겨울에 찾아서 그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봄, 푸르름이 짙어지는 여름에 방문하면 싱그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.
메뉴는 사실 큰 임팩트가 없었다. 하지만 맛이 없지도 않았다. 요즘 인스타에서 유명한 핫한 카페에 가보면 인테리어는 정말 예쁜데 반해 음료나 커피는 정말 맛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. 그래서 '한 번 가봤으면 됐지 뭐.' 하고 발걸음을 돌리곤 했지.
그치만 경주 카페 오슬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. 공간이 주는 매력을 느끼기 위해 다시 카페를 찾게될 때, 적어도 음료나 커피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. 내가 시킨 카페라떼도 지인이 시킨 아메리카노도, 그리고 당근케이크도 무난했다. 경주 황리단길 낭만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갔었는데, 어쩌면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.
경주 카페 오슬로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. 초록초록함을 보러, 혹은 가을 단풍을 느끼러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. 그 이유를 곰곰히 곱씹어보니 채광을 좋게 했던 통유리도, 맑았던 날씨도 있지만 방문했을 당시에 사람이 많이 없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인 것 같다. 아무리 예쁜 카페일지라도 사람이 너무 많아 바글바글하면 혼이 쏙 빠지고 허겁지겁 카페를 빠져나오게 된다. 요즘 우리가 찾는 카페는 '커피'를 마시러 가는 것 뿐만 아니라 공간과 분위기를 공유하기 위함이니.
카페 규모를 생각하면 손님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, 이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공간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 너무 유명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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